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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앤 드라마피드

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 고발, 넷플릭스 '소년심판'

by Pickee_ 2022. 3. 2.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소년심판 (2022)

지방법원 소년부의 엄정한 판사.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다루며, 소년범에 대한 반감, 정의와 형벌에 대한 굳건한 신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간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청소년 관람불가
  • 시즌1, 10부작
  • 주연: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 크리에이터: 홍종찬, 김민석

 

사적인 감상평

소년범죄를 이용한 판타지, 범죄 수사물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니더라. 오히려 현실에 있던 사건을 소재로 가져와 리얼하게 그려낸 부분들을 보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소년범죄에 대한 이슈와 현 위치를 제대로 고발하는 듯했다.

출처: 위키트리

실제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들

시즌1의 시작은 지난 인천 연수구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다. 나는 이 어이없고 잔혹한 사건의 전말보다도, 피해자 유가족의 모습을 담은 장면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가해자는 반성과 사과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 아이의 부모는 자신의 탓을 하는 장면 말이다.

 

내 새끼 귀한 건 알겠다만, 남의 새끼 귀한 줄도 아셔야죠.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의 캐릭터는 이런 현실감 넘치는 사건 에피소드 속에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판사의 역할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그의 인간미 없어 보이고 융통성 없어 보이는 캐릭터의 성격이 냉철하게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 같다. 유독 이 캐릭터의 대사가 때마다 여운을 남긴다.

소년재판은 몇 년을 해도 적응이 안돼.
_극중 심은석 대사

 

사실, 현실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범죄가 일어나고도 처분 과정에서 피해자가 더 상처를 받기도 하고, 보는 이마저 답답하게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그런 불합리한 지점들을 등장인물들이 꼬집어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법원은 사람으로 살지 않는 범죄자에게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제시하는 곳

법원에는 아직 가본 적도 없고 재판에 참석을 해본 적도 없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여전히 성인이 된 나는 법원의 존재 목적과 우리 사회의 역할에 대해 아마도 상식 수준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것 같다.

오히려 이 드라마를 통해 법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다시 이해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답게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회의 질서를 부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르치는 일은 가정과 학교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잘 기능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그것은 범죄의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법원은 그 과정에서 범죄를 피해를 차단하고, 다시 갱생할 수 있도록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하며, 특히나 소년범에 대한 처사는 훈육과 교육의 목적도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출처: 넷플릭스 트위터

그동안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지금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까지 계속해서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 있었기 때문에 소년범죄에 대한 심각성은 그저 비행소년의 일탈 정도로 치부하며 물밑의 숨겨진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소년들의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이 미비한 소년법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사회 전반에 걸쳐 진통을 겪는 듯하다. 어찌 보면 소년은 가정에서 잘 훈육하면 말 것으로 책임을 가정에 넘기고 사회는 무관심하다가 갑자기 당면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려니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다시 한번 우리가 또 잊고 지나칠만한 소년들의 범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얼핏 보면, 재판은 앞둔 소년들의 각각의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다니는 김혜수의 모습은 그의 이전 작품 드라마 '시그널'을 떠올리게 한다. 조금 더 차분하게 차려입은 판사님의 모습일 뿐이지, 사건을 쫓아다니는 시그널의 형사 캐릭터와 닮았다.

어쩌면 그게 이 드라마의 특이한 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통의 법원이 등장하는 법정 드라마는 검사나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그들이 사건 해결과 재판을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수사를 직접 하며 뛰어다닌다. 그런데 여기는 판사가 주인공이자, 판사가 아이들의 사건의 전말을 위해 조사하고 뛰어다닌다는 것. 실제로도 소년법원 판사님들이 그렇게 하시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극 중 판사라는 직업을 보면 세상에 이런 극한직업이 따로 없다.

출처: 위키트리

어떤 장면은 나의 소년 시절의 아픔을 보는 것 같다. 특히 가정폭력에 희생당한 아이들의 모습은 잔혹한 장면뿐만 아니라, 나의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재판을 준비하면서도 이해가 잘 안돼서요. 아버님은 왜 당당하십니까?
_극중 심은석 대사

 

나는 가정폭력 사건 재판 중 김혜수가 가해자에게 다가와한 이 대사가 뇌리에 박혔다. 법정에서도 가정폭력에 대해 훈육이었을 뿐이라고 당당한 가해 부모를 보면서 뭘 그리 잘해서 법정에서 당당하게 따지고 있냐는 한마디 말은 사이다 그 자체.

가정에서 폭력을 일삼고 약자를 학대하는 사람들은 정작 자기가 컨트롤할 수 없는 환경이나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막상 무력하기 그지없다.

 

추천하는 말

시즌1은 총 10회에 걸쳐 전개되는 드라마인데, 각 회차가 금방 지나가는 느낌이 잘 안 든다.

단순히 범죄 수사에 대한 픽션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들을 리얼하게 다루어 생각할 지점들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법, 청소년 관련 직업을 가졌거나, 우리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 생각거리를 주는 드라마를 찾는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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